택배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한다. 가끔 좋은 일도 생기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 그중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일은 오배송이다. 오배송 중에 100% 배송자 실수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배송의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주소이다. 자기 거주지 주소도 제대로 못쓰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주문자가 잘못 기입한 주소 때문에 낭패를 보게 된다. 특히 지번과 건물 이름이 맞지 않을 경우이다. 그런 경우 주문자에게 연락해서 확인하고 배송해야지만 오배송이 생기지 않는다.
어제 배송 중에 두 집에서 주소 오류가 있었다. 한 집은 기록된 주소와 실제 집이 완전히 달라 확인한 후 마지막에 배송했지만(예를 들어 기록된 주소 중에 지번은 일반 주택인데, 지번 뒤에 상세 주소는 아파트나 빌라인 경우, 내 배송 구역이 아니었음), 두 번째 집은 원투름이어서 주변이 비슷해 감으로 배송했더니 여지없이 오배송이 되었다고 오늘 연락이 왔다. 두 번째의 경우도 조금 바쁘고 힘들더라도 연락을 하고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급하게 일을 처리한 내 불찰이었다.
오늘은 배송량이 많지 않아 조금 일찍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쉬고 있는데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캠프에서 연락이 왔다. 오배송이 있었는데 잘못 둔 곳에 가서 물건을 회수해 캠프에 반납하라는 것이다. 오배송이 있을 경우의 원칙이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보내준 사진을 보니 기억이 났다. 나는 주소대로 배송했던 곳이다. 어찌되었든 집을 나서 그곳으로 갔다. 퇴근 시간이 맞물려 너무 늦지 않게 일을 처리하려고 또 급한 마음으로 운전을 해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5년 동안 무사고 운전이 깨지는 순간이 왔다. 급한 마음에 앞 차와 너무 붙어서 가다 급정거한 차에 후방 접촉 사고를 낸 것이다. 다행히 아주 약하게 부딪쳤다. 상대차는 1톤 트럭이었다. 운전자가 내려 이러저리 확인해보더니 보험처리를 요구했다. 내 마음 같아서는 내 차는 소형 승용차이고 상대차는 1톤 트럭이니 상대차는 별 문제 없을 것 같았지만 그건 내 바람일 뿐이었다. 사고 접수에도 시간이 걸렸다. 처음 사고 접수를 해보는 것이라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보험사에 문의해 접수하고 그 분과는 헤어졌다.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조금만 더 차분하게 갔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 덕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물건을 회수하러 갔고 사고지점과 오배송지는 가까워 금방 도착했다. 그리고 어제 기억을 살려 주소를 확인하고 배송했던 곳으로 갔는데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물건에 붙어 있는 송장을 보니 송장의 주소와 배송한 주소는 같았다. 다만 건물명만 달랐다. 가끔 송장의 건물명과 실제 건물명이 다른 경우가 있어서 주문자가 잘못 기록한 것이 맞았다. 마침 실제 물건 주인과 마추졌다. 그 사람은 진짜 자기 집으로 안내해주었는데 기록된 주소와 그의 집 주소는 달랐다. 송장의 주소는 지번이 19-1이고 그의 집주소 지번은 21-1이었다. 건물명만 맞게 쓴 것이다. 지번이 다르게 기록되었다고 하니 여기는 우리집도 옆집도 앞집도 뒷집도 다 19-1로 사용한다고 했다. 분명히 본인 건물에 21-1로 주소패가 붙어 있고 옆집도 앞집도 그에 맞는 주소가 붙어 있는데도 그렇게 말하니 황당하게 느껴졌다. 더욱이 그의 거주 건물은 19-1 건물에 가려져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불편함이 올라왔다. 어떻게 자기 집 주소가 분명히 있는데도 다른 집주소를 자기 집주소라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것 때문에 20여분을 달려 다시 오게 하고 캠프로 다시 가서 반납하고 나의 평가 점수는 깎였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평가 점수가 깎이면 주어지는 물량도 줄어들게 된다. 더한 것은 이 물건 하나 때문에 이동중에 접촉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그 물건 주인에게도, 캠프 관리자에게도,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도 중요하지 않고 상관없는 일이다. 다만 나의 급한 마음 때문에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배송한 것이 이 문제의 발단인 것이다. 낮배송이기 때문에 전화로 물어보면 되는 것이었다. 결국 나의 실수인 것이다.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나를 돌아보았다. 배송일을 하다보니 좀더 많이 성격이 급해진 것 같다. 물론 배송하는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뭐든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한 번에 되어지지 않은 것에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어떤 상황이나 어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나를 불편하게 한들 내가 애써 그 상황을 쉽게 돌릴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불편한 상황과 말에 조금만이라도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기도하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만약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있는 것이라면 더욱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오배송의 원인은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고 절차에 따라 연락하고 확인하지 않은 데 있고, 접촉 사고의 원인은 오배송 문제로 집을 나설 때 나도 모르게 흥분된 상태를 출발하기 전 차 안에서 가라앉히고 주님을 잠시라도 바라보지 않은 데 있다. 아무쪼록 이런 경험이 나의 화남과 분냄의 원인을 다른 상황에 두지 않게 되는 데에 소용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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