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_일상

손수레 분실, 중요한 깨달음

겸지제 2021. 7. 17. 11:58

  2019년 1월부터 띄엄띄엄 택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일들이 발생한다. 물건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오배송이나 물건의 상태, 또는 물건 놓는 장소에 따라 불쾌감을 드러내고 그것이 배송자의 평가 점수에 반영된다. 대부분 일대일로 대면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센터를 통해 문제제기가 되다 보니 현장에서 그럴수밖에 없었던 상황, 또는 오해가 될 만한 상황에 대해 말한마디 하지 못한채 평가받게 된다. 그럴 때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찌되었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일들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개인적으로 손수레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택배는 시간에 많이 쫓긴다. 특히 물량이 정말 많을 때는 잠깐이라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시간에 쫓겨 물건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고 돌아선다. 그렇다 보니 정신 없이 손수레를 놓고 다음 집으로 이동할 때가 있다. 물론 감사하게도 이동 전에 알아차려 챙겨서 돌아설 때가 많지만 결국 놓고 온지도 모른 채 한참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수레가 매번 필요한게 아닐 때가 있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고 그 다음 사용할 때까지 수레가 없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더한 것은 어디 놓고 왔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몸이 많이 지치고 시간의 압박을 받으니 돌아가 짐작해 찾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그것은 잃어 버리는 것이 된다. 지난 마지막 배송에서도 그렇게 손수레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일을 몇 달 쉬었다. 물론 수레가 없어서 쉰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5일 전 다시 일을 시작했다. 손수레를 잃어버리고 그것 없이도 배송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효율성도 떨어지고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것은 다이소에서 구매한 오천 원짜리 작은 수레여서 안정성도 떨어지고 큰 물건에 사용하기가 어려워 이번엔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좀더 크고 튼튼한 것을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구매했다. 

  새 손수레를 가지고 첫 배송을 했다. 그날은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었고 물량이 아무 많았다. 지역도 모 대학교 맞은편 상가와 식당가였다. 도로는 좁고 주정차는 어렵고 날씨는 덥고 물량은 많고, 몇 가구 하지 않았는데 금새 집중력이 떨어지고 핸드폰에 기록된 배송정보가 머릿속에 쉽게 입력되지 않았다. 처음 가는 곳이라 동선이 쉽게 그려지지도 않았다. 결국 그날은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정도가 되었다. 다음 날은 일하지 못했다. 하루를 쉬고 그 다음 날에 일하러 가려는데 차에 수레가 없었다. 역시나 수레를 어디엔가 두고 그냥 돌아온 것이다. 내 기억엔 분명 마지막 두 집을 남겨두고까지 사용했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나지 않는다. 마지막 사용은 원룸 물배송이었다. 결국 수레가 없이 일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수레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의 일이었다. 바로 그 전 배송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일찍 마쳤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수레를 두고 왔던 곳을 짐작해 가볼까 했는데 누군가 가져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의 안내가 없인 갈 수가 없었다. 매일 배송 지역이 다르고 배송이 끝나면 배송 정보는 다 사라진다. 초창기에는 다음 날 배송 지역이 할당될 때까지 전 날의 기록이 남아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나는 그렇게 가보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전에 몇 번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기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지만 아내는 이번에는 두고 왔던 곳이 어딘지 대충 기억 난다면 한 번 가보자고 했다. 나는 가봐도 없을 거라고 했다. 아내는 내 말을 듣고 가보는 것을 포기하는 듯했는데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9시가 다 되어 가지만 한 번 가보자고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지 않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의하고 가보기로 했다. 대학교 근처이고 대충 그 주변의 기억이 있어서 인터넷 지도로 줌인해 찾아 보았다. 그곳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 않았다.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했다. 차 안에서 아내는 아이와 함께 기도했다. 그곳에 그대로 수레가 있기를 말이다. 나도 그 기도를 따라 아멘으로 대답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날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원룸 근처에 주차를 하고 그때 내가 주차했던 곳 주변을 살폈는데 없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원룸 앞으로 더 가보았는데 그곳에 잘 세워져 있었다. 너무나 반가웠다. 1층을 배송하고 2층의 물을 배송할 때 엘리베이터가 없어 수레를 2층 계단 앞에 놓고 물만 배송하고 그냥 달려나왔던 것이다. 아니면 가지고 나왔는데 다음 배송할 집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보는 사이에 잊어버리고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곳에 있었고 나는 기뻤다. 그 수레는 다음 날 배송때 잘 사용했다.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일에도 하나님이 도우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 그 수레를 가져갔을 수도 있었고, 갔는데 없었을 수도 있다. 없었다고 한들 하나님이 도우시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없었던 것을 통해 하나님의 도움이 다른 방식으로 주어졌다고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실패가 많았던 나에게는 이 작은 일에 있어서 가봐도 소용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없어서 헛걸음이라고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방금 말한 대로 또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 실패로 여길 수 있는 것에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작은 일에도 이런 저런 방식으로 하나님의 손길이 있음을 믿는 것이 일상에서 실제적인 믿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